책 표지

미스터리한 느낌
띠지 대신 책 표지에 띠지처럼 연출했다
띠지는 덜렁거려서 보관하기가 힘든데 이렇게 책 표지에 띠지를 포함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책 제목인 암우(暗愚)는 '사리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음.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간, 사랑, 본질을 관통하는 네 개의 이야기'라는 문구를 보고 이 책을 보기로 결심했다
한 개인의 솔직한 인생 이야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궁금해졌다
출판사
페스트북: 원고를 직접 읽고 기획, 디자인, 편집, 마케팅까지 해주는 자비 출판 출판사(플랫폼)이다. 구성원 모두가 작가, 창작가라는 게 특징이다.
목차
- 도태
- 암우
- PASTENT
- 펙투스 사피엔스
<암우> 후기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건 <도태>이다.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나'는 양계장을 하는 아버지를 돕는다.
도태된 병아리들을 골라내고 죽이는 것에 충격을 받지만
반복되는 일에 점차 처음의 충격과 죄책감은 사라지고, 병아리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능함을 즐기기도 한다.
실제로 양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몰입해서 읽었다.
<암우>는 갑자기 세상이 흑백으로만 보이게 된 작가 청연이
공원에서 한 올빼미를 만나 문답하며 내면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대사가 많아서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상적인 문장(발췌)
아버지는 멀리서 다가오는 나를 발견하셨으나, 아는 체 없이 시선을 거두고는 다시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를 이어가셨다. 아버지 눈가에 피어난 차가움,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p.13)
녀석들은 목을 비틀어도, 발로 짓밟아도 쉽게 죽지를 않지. 꺾이지 않는 끈질김이 꼭 좋은 건 아니야... (p.26)
나 또한 나만의 방식으로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녀석들을 더 이상 생명으로 보지 않는 것, 녀석들의 살 속에 흐르는 온기를 무시하는 것, 녀석들을 철저히 '고기'로 여기는 것. (p.31)
'그래, 딱 오늘까지만 좌절하는 거야,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부 잊어버리는 거야.' (p.57)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알려줄 주는 없어. 알려주는 순간, 그것은 아직 믿음이 없는 너에게는 또 다른 빛의 장막이 되어버릴 뿐이야. (p.74)
그때 알게 된 것이 기존의 욕구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더 강한 욕구를 갖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p.74)
그저 평범한 21세기 인류의 사랑을 조명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러니 즐기세요, 다채롭던 한 시대를 조명하는 낭만적인 일이지 않습니까? (p.157)
한 줄 평

인간의 내면을 끈질기게 응시한 네 개의 거울
어둡지만, 그 어둠 속에서 인물들은 끝내 자신이 찾아 헤매던 본질을 마주한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들은 마냥 절망스럽지만은 않다.
비로소 자신을 알게 된 이들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자그만 기쁨을 손에 쥔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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