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이유
이희주 작가의 책을 도장 깨기 하듯 읽고 있다.
버추얼 휴먼에 대한 이야기라 해서 신선하고 재밌을 것 같아 읽어봤다.
이번에는 아름다움의 대상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이희주의 소설에서 아름다움의 대상은 남자인 경우가 많다. 예: 성소년, 나의 천사, 최애의 아이, 환상통 등)
책 표지
위즈덤 하우스의 위픽 시리즈(단편 소설 시리즈) 중 하나인 <마유미>
위즈덤 하우스는 <파과>,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향한 필사 노트>, <비스킷>, <오백 년째 열다섯> 등의 책을 낸 출판사이다.

심플한 디자인이다.
흰 띠지에 제목이 있고, 표지에는 <마유미>의 주제를 드러내는 핵심 문장이 사선으로 써져 있다.
민음사 젊은 작가 시리즈도 그렇고, 각 출판사마다 시리즈의 표지 디자인 통일성을 신경 쓰는 것 같다.
딱 봐도 '이건 어디 출판사 시리즈다!' 하고 알아볼 수 있도록.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 효과가 있을 듯.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처럼 시리즈로 책들을 다 소장하고 싶게 유도하는 걸까?
책 크기는 여자 손바닥만 한 사이즈.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은 크기다.
(카페 갈 때 가벼운 책 가져간다고 '마유미' 들고 갔다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단편소설이라 두껍지 않아서 양장(견장정) 임에도 가볍다.
'마유미' 등장인물
나
친구 현주에게 버추얼 스트리머 '마유미'의 방송 대본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대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자살 명소로 유명한 희구대에 방문한다.
마유미를 몹시 사랑하며, 마유미에 대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 그걸 해치려고 하면 싫어한다.
현주
과거 아나운서가 꿈이었지만, 뛰어나지 않은 외모로 인해? 아나운서 꿈을 접고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활용하여 버추얼 스트리머 '마유미'로 활동한다.
현주 어머니(경희)
연예인을 해도 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이른 임신으로 꿈을 펼치진 못했다.
아파트에서 떨어져 의식이 없는 채로 병원에 누워있다.
요양보호사
현주 어머니의 요양보호사.
현주 어머니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본인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병실이 지저분하고 현주 어머니를 잘 케어하지 못한다.
송주 이모
현주 어머니(경희)의 언니?
경희를 닮은 버추얼 휴먼 '마유미'로 현주가 방송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유미' 줄거리 (강한 스포 주의)
'나'는 현주의 부탁으로 마유미의 방송 대본을 쓰고 있다. (스트리머 마유미의 방송 피디 역할)
희구대에 가서 마유미가 방송에서 어떤 에피소드를 이야기할지 구상한다.
'나'에게 마유미는 이상향이다.
외모도, 성격도 '나'가 가장 바라왔던 여성의 모습을 구현한 듯하다.
그래서 현주의 요청이 자신이 구축한 마유미의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현주의 부탁으로 '나'는 현주 어머니(경희)의 요양보호사를 해고하러 간다.
요양보호사는 경희의 외모를 칭찬하면서도, 그녀를 돌보는 일에는 소홀하다.
마유미는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던 중 나와 현주는 카페에서 송주 이모를 만나게 된다.
송주 이모는 경희를 본떠 만든 마유미를 좋아하지 않는다. 경희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마유미를 경희라고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이 구축한 아름다운 휴먼이라 생각하기에
마유미를 경희라고 말하는 송주 이모와 현주에게 짜증이 난다.
'나'가 그것을 강하게 부정하자 송주 이모는 '나'에게 물을 끼얹는다.
이 카페에서의 소동을 누군가가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은 '나'가 버추얼 휴먼 마유미가 아니냐는 추측을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유미'와 다른 생김새를 가진 나를 비난한다.
해명을 했음에도 사람들의 반감은 잠재워지지 않아 마유미 방송을 잠시 쉬게 된다.
현주는 '나'에게 마유미의 팬들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며
버추얼 휴먼 마유미가 아닌, 자신의 진짜 모습, 현주로 마유미로 방송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은 희구대에 오른다.
현주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문제(엄마의 아름다움을 물려받지 못한 것, 바람난 남편 대문에 고통받았으면서도 이후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그리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음)
마유미를 만들었음을 '나'에게 고백하고 희구대에서 떨어진다.
'나'는 현주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이번에는 자신이 버추얼 스트리머 마유미로 활동한다.
'나'가 원하던 대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처녀애 마유미로.
소감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마유미를 사랑한다. 그것도 맹목적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앞으로도 결코 갖지 못할 마유미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마유미 즉 경희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아름다운 인간으로
나는 마유미를 이상향으로
딸은 엄마 처녀 적 흉내로
요양보호사는 열성 팬처럼
마유미를 사랑한다
말 한마디 없음에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가장 주목하게 되는 중심인물은 마유미, 경희다.
아름다운 인간 하나를 탐하는 건, 성별만 바뀌었을 뿐 이희주의 소설, <성소년>과 비슷하다
아름다움이 그렇게도 욕망할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의문을 품는 나조차도 다이어트한다고 1일 1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희주 소설에서 아름다움을 향한 인물들의 욕망은
좀 더, 내가 살면서 느낀 것보다 더 처절한 구석이 있다
그들의 갈망 대상은 천사, 아이돌, 버추얼 등으로
아름다운 존재들이 이희주의 소설에서 죄다 나올 듯하다
다음 이희주 소설에서는 또 어떤 대상이 나올까?
기대가 된다.
인상적인 문장(발췌)
우리 시청자들도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통계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기품 있는 사람들이다. 마유미를 손주처럼 생각하는 어른들. 딸처럼, 공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진짜 사랑이 무언지 아는 이들이 마유미를 사랑한다. (p.20~21)
"아니야." 누군가 현주의 말을 끊었다. 이상한 목소리. 잠시 뒤 나는 그게 나의 것이라는 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발로 서 있다는 걸 발견했다. 쇠가 긁히는 것처럼 끽끽대는 소리가 낫다. 아마 반쯤 유체이탈을 한 게 분명하다.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나는 목소리의 주인이 너무 떨고 있어서 그가 곧 쓰러질 거라고 생각했다. 저기, 침착해. 말을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나치게 떨고 있어 불쌍해해야 하는 건지 무서워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한 번 더 말했다. "마유미는 아줌마가 아니야. 마유미는......" (p.76~77)
현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마유미의 방송을 하는 거야. 근데 껍질을 벗은 진짜 마유미를 보여주는 거야. 꾸미지 않은 마유미. 처녀자리에 A형, 달콤한 걸 좋아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의외로 덤벙대고, 가끔은 짓궂을 때도 있지만 본성은 착한 아이. 잘 때는 반드시 아버지가 파리 출장에서 사 오신 홈웨어를 입는 영원한 처녀애 따위가 아니고 진정한 나 말이야." (p.88~89)
순수한 마유미. 언제나 긍정적인 마유미. 나의 마유미는 그렇다. 그런 마유미를 나는 영원히 지키고 싶다. 그와 달리 나는 가끔 무언가 실수하는 기분이 든다. 무슨 실수냐고 물으면 글쎄, 할 말은 없고 그냥 그렇다. 약간은 찜찜한 기분. (p.106)
총평

한줄평:
아름다운 버추얼 휴먼을 향한 그녀들의 엇갈린 갈망.
별점: ✭ 3.0
버추얼 휴먼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가져온 것에 비해 특별한 재미는 없어 아쉬웠다.
그리고 희구대 이야기를 하는 초반부가 좀 지루해 진입 장벽이 있다.
'나'와 현주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초반에 파악이 잘 안돼서 집중이 떨어졌다.
그래도 끈덕지게 읽어 결말까지 볼 만한 소설이다.
내 기대와 달리 꽤 무거운 이야기라 아쉬웠던 것 같다.

이희주 작가가 이번에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던데
다음엔 2025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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