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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책 리뷰 (등장인물, 줄거리, 실화)

by bookalwayswins 2025. 8. 18.

읽게 된 이유

작년(2024)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 책이 항상 온라인 서점 상위권에 있는 걸 봤다.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
예스24 올해의 책 1위였고
킬리건 머피가 주연인 동명의 영화도 나왔다
유명하다고 하니까 계속 궁금했었는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제목에 그닥 끌리진 않아서 안 보고 있다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읽고, 이 작가 책이라면 읽어봐도 괜찮겠다 싶어
한창 핫할 때 말고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ㅎ(진작 읽을 걸)

 

책 표지

 

펄롱이 사는 동네를 표현하는 것 같은 책 표지. 서정적이다.
날아오르는 검은 새는 뭘 뜻하는 걸까?
추운 풍경 속을 혼자 고고히 가로지르는 새는 
펄롱의 양심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표지 그림: 피터르 브뤼헐, <눈 속의 사냥꾼>
네덜란드의 화가이다. 
 
책 표지는 출간될 책에 맞춰 주문 제작하기도 하고, 원래 있던 그림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이렇게 절묘한 그림을 가져오는 출판사의 감각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출판사: 다산책방
<작은 땅의 야수들>, <흐르는 강물처럼>,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맡겨진 소녀> 등의 책을 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등장인물 소개

펄롱
 
석탄 야적장(물건을 야외(野)에 쌓아두는 장소)에서 석탄 배달 일을 하는 소시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가득한 지금, 일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처지가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 6일 근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반복적인 고된 삶에 지쳐 있다.
아내와 딸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성격이 무르고, 인정이 많다
잔돈이 남으면, 본인도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더 어려워 보이는 이들에게 주기도 한다.
 
어머니와 함께 미시즈 윌슨의 집에 얹혀살았다. 
어머니가 미시즈 윌슨 집의 집안일을 해주면서 지냈다.

펄롱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하다 수녀원이 여자들을 학대하는 것 같은 정황을 본다. 
 
아일린
펄롱의 부인
생활력이 강하고, 현실적인 인물이다. 
펄롱을 좋게 생각하지만, 잔돈이 남으면 어려운 사람에게 다 나눠줘 버리는 그의 여리고 무른 성격을 걱정하기도 한다. 
 
미시즈 윌슨
펄롱과 어머니를 거둬준 사람.
급여는 작게 주었어도 그들이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특히 어린 펄롱에게 여러 가지를 교육하며 잘 보살펴주었다. 
 
네드
미시즈 윌슨 집에 있던 일꾼?
펄롱의 어머니와 친하게 지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줄거리 (스포 주의)

 
추운 겨울, 펄롱은 석탄 배달일을 한다. 
형편은 좋지 않지만, 열심히 일해서 언젠가 자신의 딸들을 동네에서 가장 좋은 학교, 세인트 마거릿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수녀원은 직업훈련학교와 세탁소가 있는 곳인데, 흉흉한 소문이 도는 곳이다. 
결혼 안 한 여자가 임신하면 그 아기를 부유한 사람들에게 입양시켜 돈을 챙긴다는 말이 있다.
수녀원은 동네에서 가장 힘이 있는 곳이며, 세인트 마거릿 학교와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어느 날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간 펄롱은, 수녀가 없는 사이 우연히 학대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녀들을 만난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을 강까지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쓴다. 그리고 죽고 싶다고 말한다.
이후 수녀가 와서 펄롱은 다시 돌아가지만 , 그 소녀들의 잔상이 잊히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일린은 상관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번에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을 때, 석탄 광에서 한 소녀가 갇혀 있었다. 
펄롱은 놀라 소녀를 구해준다. 소녀는 펄롱에게 자신이 낳은 아이를 수녀원이 데려가버렸다고 말한다. 펄롱은 수녀원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곳임을 알아챈다. 
수녀원장이 등장해,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펄롱에게 차를 대접해 준다. 석탄 광에 갇힌 걸 그저 친구들과 놀다가 일어난 일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한다. 펄롱은 소녀를 돕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수녀원에서 나온다.
 
이후 가족과 같이 미사에 참석한 펄롱은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수녀원에서 본 소녀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
깨끗하고 양심적인 성품에 따라 당장이라도 돕고 싶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들을 떠올리며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 혹여나 제멋대로 수녀원의 소녀를 도왔다가 딸들이 학교에 입학하는 데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한다.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인 집에서도 전혀 즐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펄롱은 기분 전환할 겸 혼자 집에서 나와 네드의 집에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 네드는 없었고, 그곳에 있던 사람에게서 자신이 네드와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펄롱은 혹시 자신이 사실 네드의 아들이 아닐까, 펄롱이 좋은 집안의 자식처럼 지내게 하려고 네드가 자신에게 '어머니와 미시즈 윌슨의 사촌 사이에서 자신이 태어났을 수도 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미시즈 윌슨과 네드가 자신에게 베풀어주었던 호의를 생각하며 수녀원으로 간다.

그곳에서 몰래 아이를 뺏겼다는 소녀를 구출해 온다.
그간 괴로웠던 마음이 소녀를 구출해 오며 개운해진다. 펄롱이 앞으로 닥칠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 소녀를 자기 집에 데려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실화 배경


이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톨릭 수녀회 주도로 운영된 여성 수용 시설로, 매춘부, 미혼모, 행실이 단정치 못하다고 여겨진 여성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하루 10~12시간의 고된 세탁 노동에 동원했다.
입소자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지냈고, 탈출을 시도하면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1993년 더블린의 한 세탁소에서는 155구의 암매장된 시신이 발견되었다.
언론과 생존자들의 증언, 퍼트리샤 버크 브로건의 희곡 《Eclipsed》를 통해 이들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결국 2013년 아일랜드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후기

읽으면서 메모한 흔적

 

내용이 특별히 재미있는 게 아닌데도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조금 읽고 덮었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는 나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우선 분량이 많지 않으니 읽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도입부가 서정적이고 함축적이다.
'이게 뭔 말이지?'하고 흥미를 잃고 책을 한번 덮었다가 거의 한 달이 지난 뒤에 다시 폈는데 , 그러고는 한 번에 쭉 읽었다. 
나중에 책 해설 보니까 이 도입부가 소설 전체? 소설의 배경을 압축하는 문장이었다고(그런 깊은 뜻이! 하지만 어려워...)
 
명성만큼 대단한 책인지는? 모르겠다. 
기대를 많이 했던 책이라 그런지...
잘 쓴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역사적 사건을 잘 드러낸 소설이라 더 의미 있어서 주목받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실화를 찾아보니 작가가 얼마나 실화를 소설로 잘 녹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잔잔하다가, 마지막에 차곡차곡 쌓인 서사들이 맞닿으면서 감동이 터지는 그런 소설이라
나같이 강렬한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의 취향에는 안 맞을 수도...
'돌아온 소녀' 읽었을 때도 그리 큰 감흥이 없었다
감정변화를 세심하게 따라가는 따듯한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지금 이대로만 다른 사람들처럼 모른척하고 지내면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자신의 일상을 지킬 수 있을 텐데
다섯 딸을 키워야 하는 펄롱이 그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연고도 없는 소녀를 돕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소설은 소녀를 집으로 데려가고 문을 열기 전에 끝이 나는데 개인적으로는 뒷 이야기가 없는 게 아쉽긴 했다.
뒷 이야기 해봤자 너무 뻔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와서 그런가?
아일린은 어떻게 반응할지, 동네 사람들은 펄롱이 소녀를 맡아주는 것에 또 얼마나 참견을 할지...
그래도 그런 문제들도 이겨내는 펄롱의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걸 이겨내는 것까지가 인간성을 지키는 전 과정일 테니까. 
 
하지만 그랬다면 희망으로만 끝낼 수가 없어서, 작가가 이쯤에서 끝낸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 양심을 지키고 남을 돕는 인물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일지도?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인상적인 문장 (발췌)

 

가끔 펄롱은 딸들이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걸 보며 -성당에서 무릎 절을 하거나 상점에서 거스름돈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이 애들이 자기 자식이라는 사실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한 기쁨을 느끼곤 했다. (p.20)

 
펄롱의 선한 심성, 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
 

 

"자랑스럽게 생각하렴." 미시즈 윌슨이 말했다. 그날 종일,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p.37)

 
킬레어 키건 작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한다. 어릴 적에 들었던 마음과 생각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나 보다. '돌아온 소녀'에서 특히 작가의 이런 장점이 돋보인다.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 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가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p.99)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펄롱. 이 소설의 핵심 문장이다.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p.120)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p.120)

 
이 소설의 제목을 해설하는 문장이 아닐까.
친절은 돌고 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장하 장학생인 문형배 재판관이 생각났다. 
펄롱이 미시즈 윌슨에게 받은 친절을, 그 사소한 것들을 펄롱은 이제 수녀원의 소녀에게 베푼다.
이 구출된 소녀도 자라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며 또 다른 이에게 친절을 베풀게 되지 않을까?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p.121)

 
펄롱이 아이를 구한 이유.
펄롱은 이 아이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남은 평생을 우울한 기분으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이 아이 한 명을 구한다고 수녀원의 모든 아이들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해외에 의료봉사를 간다 한들 어떤 변화가 있겠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아이는 살릴 수 있다고 말한 어느 의사의 답변이 떠올랐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마지막쯤 가면 다 밑줄 그어야 할 감동적인 문장들이 계속 이어진다.
 

총평

 

클레어 키건 , <이처럼 사소한 것들>, 다산책방 (출처: 교보문고)

한줄평:

사소한 호혜가 쌓여 
끝내 누군가를 구원하는 서사의 정점에 닿는다.

 
별점: 별 4개 
재미로만 봤을 땐 아쉬우나, 의미 있는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 볼 수 있는 곳
 

감독은 팀 밀란츠

킬리건 머피가 제작과 주연을 맡았다. 

킬리건 머피가 펄롱 역에 정말 잘 어울린다. 

넷플에는 검색했을 때는 없었다 

다른 ott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웨이브 등에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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