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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25 9화: [똥차? 벤츠?] 한숨 푹 자고 난 뒤에 일어났다. 숙취가 올라와 속이 매슥거리고 머리가 띵하니 아팠다. “으······ 죽겠네.” 침대에 계속 누워있고 싶었지만, 오늘은 우혁 선배가 전부터 강조한 동아리 모임 필참 날이었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율희는 방금 씻었는지 화장실에서 머리를 털며 나왔다. “언니, 완전 죽은 듯이 자던데요? 언니 코에 손대볼 뻔했잖아요.” “죽을 뻔했어. 아니 지금 죽을 것 같아.” “어제 어디 가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온 거에요? 평소엔 잘 마시지도 않으면서.” “그냥, 누구랑 좀 마셨어.” 율희가 머리에 수건을 감으며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내게 다가왔다. “흐응, 누구랑 마셨을까?” 나는 얼굴을 들이밀며 놀리려는 율희를 막았다. “궁금.. 2025. 6. 4.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24 “걱정돼서.” 의외로 답이 빨리 나왔다. “네가 걱정된다고 나는. 보호자처럼 군다고 너는 싫어하지만 나는 계속......” 반호가 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네가 걱정돼.” “내가 왜 걱정되는데?” 나는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반호에게 자꾸 무언가 캐내고 싶었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 혹시 나에 대한 애정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져서. 묻다보면 뭐라도 나올까 싶어서. “······모르겠어.”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맨손으로 긁어 무언가 파내려는 것처럼 얻는 것은 없고, 손가락만 아팠다. 정말 이건 희망 고문이 아닐까, 여전히 내게 다정하고 나를 걱정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은.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반호의 숙.. 2025. 6. 3.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23 “그래, 맨정신보다는 낫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호와 술을 같이 마셔보는 것이 처음이라 택시가 과속 방지턱을 넘어가 덜컹 흔들린 뒤부터 나는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반호를 좋아하는 동안 그렇게 바랐던 것 아니었나. 같이 술 마시는 것. 거의 버킷리스트에 가까웠다. 이제 와서 마시자니 타이밍이 좀 안 맞긴 했지만, 그래도 설렜다. 어느새 택시는 꽤 달려 학교 앞에 섰다. 우리는 택시에서 내려 기숙사 앞에 있는 편의점을 향해 걸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건물을 보니 그 밤이 생각났다. 게다가 오늘은 옆에 반호까지 있으니 그때 느꼈던 감정이 더 생생했다. 나는 울컥울컥 올라오는 서러운 감정을 잠재우며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어서 오세요.” 반호는 편의점 문을 열.. 2025. 6. 2.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22 반호가 갑작스러운 도형 선배의 등장으로 내려놨던 핸드폰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도형 선배가 기겁하며 반호의 핸드폰 창을 손으로 막았다. “야, 일 키우지 마. 내가 사과할 테니까.” “사과를 하려면 유화 이렇게 만든 저 여자가 사과해야지. 네가 왜 사과해? 아니지, 너도 사과해야지. 놀러 간다고 유화 데리고 가서 이 지경을 만들어?!” 반호가 새빨개진 얼굴로 버럭버럭 화를 냈다. 반호의 화난 얼굴은 많이 본 적 있지만 이렇게 목에 핏대가 다 솟을 정도로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 저년이 내 남친 꼬셨는데.” 반호의 말을 듣고 여자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주먹을 꽉 쥐고 있었지만, 남자가 둘이나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더는 내게 달려들지 않았다. 술에 취한 와중에도 .. 2025. 6. 1.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21 “선배는 그래요?” “나는 나한테 관심 있어 하는 여자가 워낙 많아서, 예외고.” 도형 선배가 특유의 그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재수 없어.” “아니야. 음, 나도 그랬, 던 거, 같아.” “말이 끊기는 거 보니까 더 확신이 안 생기는데요?” “반호랑 나는 케이스가 다르지. 걔는 나만큼 자기한테 들이대는 여자가 많진 않았으니까.” “반호 오빠가?” “솔직히 얼굴은 내가 더 낫지 않냐?” 도형 선배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씩 웃었다. 날티가 묻어있는 잘생긴 얼굴이긴 했지만, 반호와는 다른 느낌의 미남이었다. “······.” “와, 대답 안 하는 거 봐? 서운하네.” “그런 거 물어보지 마요. 자신감이 너무 넘쳐 선배는.” “아무튼 생각해 봐. .. 2025. 6. 1.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20 내가 무심하게 대답하자, 도형 선배가 참지 못하고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그게 그러니까, 어차피 내가 도형 선배를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상관없다는 말이었는데, 상황상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았다. 남친이 바람둥이라도 상관없는, 사랑에 미친 여자로 말이다. 술에 취해서 그런지 속에서 생각한 대로 말이 나가고 말았다. “미친.” 여자가 삐딱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미쳐있어야, 내 여친이지.” 도형 선배가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오빠는 잠깐 자기가 가지고 놀 사람이 필요한 거니까. 야, 너라고 다를 것 같아? 너도 마찬가지야.” “은수야. 뭘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얘는 달라. 너랑 달리 되게 재밌는 친구라... 2025.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