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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19 7화: [각자의 욕망대로] “민소매만 입는 건 어때?” 클럽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있는데, 도형 선배가 사물함에 기대서서 말했다. “아, 아무래도······ 그게 좋겠죠?” 나는 카디건을 벗어 사물함 안에 넣었다. 민소매에 반바지라, 잘 쳐줘도 휴양지룩이지만 적어도 단정한 학생 같아 보이진 않았다. “응, 그게 더 예쁘네.” 사물함 문을 닫는 나를 보고 도형 선배가 웃었다. 클럽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크게 틀었는지, 온몸이 쿵쿵 울리는 느낌이었다. “유화, 이리 와.” 도형 선배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며 내게 손짓했다. 손목에 스탬프를 찍고 들어간 클럽의 공기는 매캐했다. 담배 연기와 클럽에서 튼 연기가 섞여 공기가 탁했다. 음악에 따라 파란색,.. 2025. 5. 31.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18 밖으로 나가자마자 도형 선배가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았다. “빨리 가자, 저러다 조반호가 나 죽일 것 같으니까.” 도형 선배가 내게 속삭였다. “선배 차는요?” “왜? 내 차 타고 싶어?” “아니, 그냥. 늘 타고 다니다가 안 타길래.” “우리 오늘 술 마실 거야. 난 대리 부르는 거 별로라.” “네?” “원래 클럽 들어가기 전에는 술 좀 부어줘야 해. 취해야 더 재밌거든.” 도형 선배가 택시를 잡아서 나를 먼저 들여보냈다. 그러다 문득 택시 문을 탁 잡고 내게 물었다. “설마, 술 안 마시는 건 아니지?” “아뇨, 술, 마셔요.” “그럼, 다행이고. 나는 또 조반호가 하도 애지중지하기에 술도 한 번 안 마셔본 아기인줄 알았지. 그럼 죄책감들 뻔.. 2025. 5. 31.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17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여자들한테 말 잘 걸고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야. 그냥 대화 좀 하는 정도지. 친하진 않아.” 반호가 손을 저었다. “그래. 효도하겠다는데 못 도와줄 건 없지.” “다음에 사러갈 때 연락할게.” 반호가 해사하게 웃었다. 저러는데 어떻게 안 들어주냐고. 너무 미운데, 이제 엮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반호 얼굴만 보면 그가 하자는 대로 해주게 되어버렸다. 불가항력으로 반호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나를 정말 친구로 생각해서 계속 보려고 하는 걸까? 나는 그의 웃는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집중해서 리포트를 쓰다 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바깥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다 썼어.” “나도 방금 다 썼.. 2025. 5. 31.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16 반호와 점심을 먹고 나와 같이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향했다. 버스를 타니 빈자리가 하나 있었는데, 반호가 턱짓으로 빈자리를 가리켰다. “유화야, 앉아.” “아니야, 오빠는 가방도 있잖아.” 내가 안 앉으려 하자, 반호가 내 어깨를 살짝 잡고 눌러 자리에 앉게 했다. “괜찮아. 너 앉아.” 반호가 버스 손잡이를 잡고 내 자리 앞에 섰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반호의 몸이 내게로 기울었다. 향수를 뿌린 것 같지는 않은데, 반호에게 청결한 향이 났다. 반호의 몸이 내게로 쏠릴 때마다 심장이 요동쳤다. “진짜 기숙사 같이 안가도 돼?” “응, 오빠 먼저 가 있어. 먼저 리포트 쓰고 있어. 오빠 거 좀 베끼게.” “그래, 그럼 열심히 쓰고 있을게.” 농담으로 말한 건데, 반호가 제법 진지하게 답해.. 2025. 5. 31.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15 나는 팔짱을 끼고 반호가 보고 있는 그림을 같이 쳐다봤다. 그동안 반호를 피해 다녔던 게 찔려서 어쩐지 떳떳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음, 아니지, 보긴 봤는데, 대화를 오랜만에 하는 것 같아.” 반호가 말을 정정했다. “······그러게.” “잘 있었어?” 반호가 나를 돌아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응. 잘 있었지. 늘 지내던 대로.” “옷은 왜 벗었어?” “어? 아, 그냥 좀 더운 것 같기도 하고.” 반호가 손을 뻗어 내 팔에 손을 댔다. “소름 돋았는데?” “아냐, 아냐.” 나는 몸을 뒤로 물렀다. 반호도 아차 싶었는지 민망하게 손을 뗐다. “너 추워 보여. 옷 입어.” “안 입어도 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부러 반호와 옷 겹치기 싫어서 추운 거 감수하고 .. 2025. 5. 31.
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14 “클럽이요? 아니요.” 도형 선배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아직 한 번도 안 가봤어? 나랑 가자.” “갑자기 왜 클럽을? 가도 아마 난 잘 못 놀 텐데.” “너 같이 안 가본 애들이랑 한 번씩 가면 재미가 있거든.” 도형 선배가 검은 빨대를 물고 씩 웃었다. 도대체 이 선배는 얼마나 많은 여자애들을 클럽에 데려가 본 걸까? “가서 나 얼타는 거 구경하면서 놀려고요?” “클럽가면 여자애들이 자꾸 대시해서 힘들어. 내가 좀 잘생겼니. 가서 깔끔하게 음악 듣고 놀고만 오고 싶은데······. 너 데려가면 여자들은 안 붙을 거 같아서.” “여자들이랑 놀려고 클럽 가는 거 아니었어요?” “그럴 때도 있지만, 요즘은 아냐. 내가 은근히 노래만 즐기는 순정파라.” 그의 나른하고 여유 있는 태도에 홀린 듯.. 2025.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