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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아나 1 리뷰: "바다에서 정체성을 찾은 소녀" (바다 해석, 상세한 후기)

by bookalwayswins 2025. 9. 3.

 

서론 (정체성을 찾는 영화, 모아나)

 
  2016년에 개봉한 모아나는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모아나’라는 소녀가 저주가 걸린 섬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 안에 담겨있는 자기 정체성을 찾는 메시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본론

영화 모아나 포스터

1. 조력자로서의 바다
 
  해양영화에서 모아나의 바다는 다른 해양영화에서 나오는 바다와 다르다. 모아나에서 바다는 조력자로서 기능하고 있다. <타이타닉>, <해운대>처럼 위기와 위협을 주는 존재도 아니고 <그랑블루>처럼 온전히 장소애적인 곳도 아니다. 모아나에서 바다는 마치 캐릭터처럼 등장해 모아나에게 조력자가 되어준다. 
 
  우선 모아나가 어릴 때부터 보자. 바다는 어린 모아나에게 소라를 보여주고 점점 자신에게 가까이 오도록 유인한다. 모아나의 머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귀중한 테카타의 심장(초록색 보석)을 보여주는데 이는 모아나가 바다에게 택함을 받았다는 걸 암시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모아나를 찾는 소리가 들리자 바다는 부리나케 모아나와 교감하기 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 뒤 바다와 교감했던 모아나의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모아나는 바다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성장하는 동안 끊임없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려한다. 하지만 아버지 투이(섬의 족장)에 의해 그 시도는 번번이 좌절된다. 투이는 모아나가 이 평화로운 섬에서 족장이 되어 바다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투이의 모습은 가부장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모아나를 속박하는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다. 투이도 한때 모아나처럼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친구와 함께 바다로 나갔지만, 안타깝게도 거센 물살에 친구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 그래서 투이는 그 두려움 때문에 필사적으로 딸 모아나를 섬에 붙잡아 두는 것이다. 
 

“I wish I could be the perfect daughter”
정말 착한 딸이 되고 싶었어
“But I come back to the water, no matter how hard I try”
그런데 왜 내 노력과 상관없이 이 바다로 돌아오게 되는 걸까?

 
  모아나는 부모님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족장이 되고 바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삶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섬에서 춤을 추고, 차기 족장답게 사람들의 질문에 현명하게 답을 해준다. 하지만 섬에는 저주가 찾아오고 있었다. 코코넛의 속이 썩고,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물고기를 잡으러 더 먼바다에 가자고 모아나가 권유하지만, 투이는 허락하지 않는다. 전설의 영웅 마우이가 테피티(생명의 힘을 가진 신)의 심장을 빼앗은 후부터 나타나는 암초 너머 바다 괴수를 투이가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련스러운 아버지의 결정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모아나는 바다로 나가야 할지 말지 갈등한다. 이때 할머니 탈라가 모아나를 도와준다. 탈라는 모아나에게 동굴 속에 있던 선조들의 배를 보여줬다. 이는 모아나의 선조들이 원래 정착하여 사는 민족이 아닌 항해자의 피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섬에 저주를 풀기 위해선 마우이를 만나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전설)을 알게 된다. 모아나는 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배를 타고 머나먼 항해를 시작한다. 
 
  ‘이성은 우리로 하여금 정해진 범위 내에서 삶을 살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무의식과 신화를 통해 우리의 인생은 그만큼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자기만의 의식이 있는데, 신화, 꿈, 이상 등의 무의식이 그러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심리학자 칼융이 말했다. 
 
  영화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모아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신화의 도움을 빌리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섬(안주하는 곳, 이성)과 바다(무한한 가능성과 위험이 공존하는 공간, 무의식)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아나가 부족의 전설(뉴질랜드 신화)이라는 무의식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2. 바다가 모아나를 택한 이유
 
 
  영화를 보면 바다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첫째, 왜 바다는 ‘모아나’를 택했을까? 둘째, 왜 바다가 모아나를 안 도와줄 때도 있는 걸까? 바다는 모아나를 택하고, 그녀를 바다로 이끌었지만, 항상 그녀를 돕는 것은 아니다. 모아나의 첫 번째 항해 때, 거센 파도 때문에 그녀는 죽을 위기에 처했었고 심지어 돼지 친구 푸야까지 잃을 뻔했다. 그리고 두 번째 항해 역시 모아나의 항해가 미숙해 배가 뒤집어지고,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기도 한다. 그리고 해적 카카모리를 만났을 때는 배를 운용할 줄 몰라 마우이의 도움조차 되지 못한다. 모아나는 바다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때 원망하기도 하며, 한계에 다다랐을 때 바다에게 자신이 적격자가 아닌 것 같다며 테피티의 심장을 바다에게 되돌려 주기도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바다는 모아나가 힘들어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바다는 모아나가 성장하길 자랐다. 마치 걸음마를 하는 아기를 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바다는 모아나를 지켜보았다.
 
   만약 바다의 목적이 ‘테피티의 심장을 되돌려 줘 평화를 되찾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바다의 이런 행보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마우이의 말처럼 직접 바다가 심장을 돌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것에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선조들이 노래를 부르며 항해하는 장면과 동굴 속에 있는 큰 배들을 보면, 이전에는 모투누이가 항해를 자주 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모아나의 아버지가 족장이 된 이후로 그들은 항해를 멈추고 섬에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산다. 
 
  바다는 인간들의 항해와 정착 그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연결’은 바다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체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바다는 그것을 회복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모아나이다. 모아나는 바다를 두려워하는 아버지와 달리, 바다에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있으며 도전정신도 무척 강하다. 바다는 '다시 사람들이 항해하도록' 만들기 위해 모아나를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바다의 목적이다. 그래서 바다는 모아나가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주는 과정을 통해 ‘항해자’가 되도록 인도한다. 그 증거는 바다가 모아나를 도와주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다는 모아나를 항해술을 알고 있는 마우이에게 데려다준다. 마우이가 모아나를 거절하고 밀쳐 바다에 빠트려도 바다는 계속 모아나를 마우이 앞에 세운다. 그리고 마우이가 모아나에게 항해술을 가르치지 않으려고 하자, 그에게 독침을 쏴서 모아나에게 항해술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버린다. 또한, 모아나에게 항해의 상징인 노를 쥐여줌으로 그녀가 직접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에서는 꽤 노골적으로 모아나가 항해자가 되길 소망하는 바다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바다는 모아나가 항해자로 성장할 수 있는가 아닌가의 여부를 판단하고 나서 그녀를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무조건 모아나를 도와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바다의 소망이 처음 실현된 순간이 있다. 해적들에게 심장을 빼앗겼다가 다시 되찾는 등 시련을 겪은 후 모아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마우이에게 항해술을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모아나는 노를 방향타로 쓰는 법, 밧줄 묶기, 손으로 별자리를 이용해 방향 찾기, 수온으로 방향 찾기 등 항해자의 기술을 배운다. 모험을 통해 천년 전에 명맥이 끊긴 항해술을 배우고, 바다에서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 입장에서 쾌재를 부를 일이다. 
 
   바다가 항상 도와주는 것은 아니었기에 모아나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었고, 그래서 그녀는 한층 더 단단해지고 현명해진다. 모아나를 좋은 항해자로 만들기 위한 바다의 큰 그림이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의미를 덧붙이자면, 바다에서의 험난한 항해가 ‘자아’를 찾는 과정이기도 해서 ‘자아’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뜻한다.   
 
3. 항해사이자 연결이 된 모아나. 
 
  이 영화는 단순히 ‘티피티의 심장을 가져다줌’이라는 미션 해결뿐 아니라 ‘정체성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미션 해결을 통해 달라진 사람은 모아나, 마우이, 바다, 모누투이 부족이 있다. 
 
  먼저, 모아나. 모아나는 폴리네시아어로 ‘바다’라는 뜻이다.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섬에서 찾을 수 없는 정체성을 모아나는 바다로 나가 찾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모아나가 마우이를 만나 할머니가 가르쳐준 “나는 모투누이의 모아나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아직 ‘모투누이의 모아나’였다. 아직 ‘바다(모아나)’가 아니었다. 영화의 끝자락에서,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는 걸 성공한 뒤 모아나는 마우이에게 같이 섬으로 가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이때 모아나는 모누투이 족의 본래 정체성이 ‘항해자’ 임을 정확히 인지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을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게 해 줄 훌륭한 항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모아나에게 마우이는 “이미 하나 있잖아.”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모아나는 이 모험으로 인해 사람들과 바다를 연결해 줄,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섬과 섬을 누비며 살 수 있게 해줄 ‘연결’ 즉, 진짜 바다(모아나)가 된 것이다. 
 
  이 모험으로 비단 모아나만 정체성을 찾은 것은 아니다. 마우이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인간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우이는 섬을 바다 위로 끌어올리고 강한 힘을 이용해 전투도 했지만, 실수로 테피티의 심장을 바다에 빠트렸다. 그는 어리숙한 반신반인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우이는 심리학적으로 보면 과거 부모에게 버려졌던 "애정결핍" 이 원인으로 "겉모습 집착", "가치 증명 집착", "갈고리에 대한 집착", "허세와 오버", "자기 보상적 심리", "인간에 대한 애증" 같은 다양한 행동양상을 보인다. 처음에는 모아나를 무시하지만 함께 모험을 하면서,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만들며 마우이는 반영웅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재각성을 하게 되는 성장을 한다.
 
  테피티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마우이가 심장을 가져가서 테피티는 불과 땅의 악마이며, 전신이 돌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거인 형상의 화산섬 괴물, 테카가 된다. 테카와 천년만에 마주한 마우이는 갈고리를 사용해 테카를 무찌르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러자 테카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모아나가 바다에게 자신을 위해 길을 터주길 부탁한다. 그러자 바다가 홍해처럼 갈리고 테카와 모아나를 잇는 길이 드러난다. 테카가 무섭게 모아나에게 돌진하는 반면, 모아나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노래를 부른다. 
 

“I know your name”
당신의 이름을 알아요
“They stolen the heart from inside you”
심장을 빼앗겼지만
“But this does not define you”
그것이 당신을 달라지게 할 순 없죠
“This is not who you are”
이건 당신의 진짜 모습이 아녜요
“You know who you are”
당신은 당신의 진짜 모습을 알잖아요

 
 
  노래를 끝내고 모아나는 테카와 자신의 이마를 맞댄다. 그리고 심장을 테카에게 넣어주자 그들을 감싸던 어둠은 사라지고, 테카는 본래의 모습인 생명을 창조하는 힘을 가진 신 테피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모아나의 노래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자각하고, 자신의 심장으로 본래의 온화한 자아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4. 모아나의 해양영화 요소
 
  마지막으로 책 ‘해양영화의 이해’에서 나온 해양영화 요소를 모아나에서 한 번 짚어보고 마무리하겠다.
  
  1) 해양영화는 ‘바다’를 중심소재이자 모티프(motif)로 삼는다.
 
  영화 모아나에서 바다는 중심소재로 작용한다. 모아나가 섬에 있는 시간보다 바다에서 위기를 겪고, 극복하는 시간의 비중이 커 보인다. 그리고 그녀가 자아를 찾게 된 발단도 ‘바다’였다.
 
  2) 바다는 ‘위기’를 야기하는 원천으로 작용한다.
 
  모아나에게 바다는 위기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바다이기보단, 모아나의 일상을 깨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위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3) 바다에 대한 인간의 무지는 해양영화가 주목하는 관심사이다.
 
  모아나에서는 바다 깊은 곳을 잘 보여주지는 않는다. 애초에 바다 위에서 항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투이의 친구가 바다에 빠지는 장면에서도 바다 안을 자세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바다 안을 보여준 것은 한번, 모아나가 바다 안에서 테피티의 심장을 다시 찾으러 갈 때 뿐이다. 그러니 바닷속에서 요괴가 나오는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바닷속에 대한 인간의 무지보다는 ‘바다’ 자체에 모아나와 바투누아 사람들이 무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들은 물고기를 잡는 곳 너머 더 먼바다에 대해 무지하다. 그래서 바투누아 사람들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모아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먼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4) 바다의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자리에 삶의 다른 차원이 열린다. 
 
  모아나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 주입식 교육을 이겨내고 바다로 나간 순간, 그녀는 매우 자유로워 보였다. 비록 배가 뒤집어지고 해적을 만나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모아나는 바다를 두려워하기보단 물 만난 물고기처럼 당당한 모습이었다. 아마 항해자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 모아나에게는 바다가 제 2의 집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지에 발을 붙이고 있는 시간만큼 그녀는 배에 발을 붙이고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항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5) 푸른빛으로 빛나는 바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모아나에서 바다는 실제 바다만큼이나 아름답다. 어린 모아나가 바다를 가까이했을 때 아쿠아리움처럼 변하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관객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항해 때의 청량하고 푸른 바다는 모아나의 여정을 축복해주는 듯하다. 물살이 가파를 때, 짙은 푸른색의 바다는 위기가 있을 것을 암시한다. 배가 엎어지고, 전투를 할 때의 검은빛의 바다는 위태로운 상황을 강화한다. 마치 스릴러 영화에서 위험한 상황에 빨간 조명을 넣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바다가 톡톡히 내고 있는 것 같아 놀라웠다. 또한 선조들이 즐겁고 진취적으로 바다를 항해할 때의 푸른빛의 바다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만든다.
 


결론 (모아나 감상 후기)

 
 
  모아나는 바다의 아름다움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잘 그린 영화이다. 그 항해 속에 자아, 도전, 성장 등 많은 유의미한 메시지들이 담겨있어 영화를 본 뒤 마음이 푸른 바닷물로 씻겨나간 듯 정화되었다. 
 
  이번 해양영화의 이해를 들으면서 바다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봤다. 나는 포항에서 태어나 18년을 자랐고, 19살 때부터는 부산에서 살았다. 항상 바다를 끼고 산 것이다. 나는 이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대도시에 살지 않았어서 학창시절은 작은 시내나 친구들과 밤바다를 구경 가는 것이 다였지만, 바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였다. 아파트 단지와 높은 건물을 벗어나 지평선을 보이는 푸른 바다는 내게 세상이 더 크고 트여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는 내게 두렵기보다는 친근하다. 마치 모아나에게 장난을 치고 조력자가 되어주는 바다처럼 말이다. 
 
  모아나를 보면서 느낀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아나의 항해가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The journey may leave a scar”
여정은 상처를 남기지만
“But scars can heal and reveal just”
상처는 나을 것이고
“Where you are”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모아나 OST ‘I am MOANA’처럼 인생에서 파도와 같은 시련을 만나고 좌절할 때도 있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받은 상처는 끝내 치유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내가 바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것이다. 나는 하늘을 좋아해서 하늘의 빛깔이 바뀌는 것을 주목했었다. 아침의 옅은 파랑색, 해가 질 때의 붉은색, 밤의 칠흑 같은 검은색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모아나에서 노을처럼 붉게 변한 바다를 보고 깨달았다. 바다도 여러 가지 색과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평생을 바다를 보고 살았는데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젠가 바다에 가 그 물빛이 변하는 것을 조용히 관찰해볼 생각이다. 하늘이 내게 표정을 지었던 것처럼 바다가 내게 어떤 빛깔의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모아나가 바다를 보고 새로운 세계를 꿈꾼 것처럼, 내게 친구 같은 바다가 어떤 넓은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