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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 나를 사랑한다 22

by 청운0622 2025. 6. 1.

반호가 갑작스러운 도형 선배의 등장으로 내려놨던 핸드폰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도형 선배가 기겁하며 반호의 핸드폰 창을 손으로 막았다.

 

, 일 키우지 마. 내가 사과할 테니까.”

사과를 하려면 유화 이렇게 만든 저 여자가 사과해야지. 네가 왜 사과해? 아니지, 너도 사과해야지. 놀러 간다고 유화 데리고 가서 이 지경을 만들어?!”

 

반호가 새빨개진 얼굴로 버럭버럭 화를 냈다. 반호의 화난 얼굴은 많이 본 적 있지만 이렇게 목에 핏대가 다 솟을 정도로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 저년이 내 남친 꼬셨는데.”

 

반호의 말을 듣고 여자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주먹을 꽉 쥐고 있었지만, 남자가 둘이나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더는 내게 달려들지 않았다. 술에 취한 와중에도 그 정도 사리 분별은 하는구나. 나는 헛웃음이 났다. 당겨졌던 머리가 따가울 정도로 아팠다. 게다가 담배빵까지. 아주 만신창이였다.

 

넌 좀 닥치고, 은수야. ······. 유화한테는 내가 미안해서 할 말이 없는데, 조반호 네가 나한테 이렇게 화내는 건 모르겠다?”

?”

그렇잖아. 애초에 네가 이 시간에 여길 왜 있냐? 클럽 다니지도 않는 새끼가.”

“······.”

 

반호가 대답하지 못했다. 이상하긴 했다. 지금 기숙사 통금 시간이라 나와 있으면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 클럽도 안 가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무슨 용건으로 이 자리에서 마주치게 된 건지.

 

좀 솔직해져, 새끼야. 하나만 하라고, 유화한테 신경을 끄던지, 쓰던지. 이젠 나도 헷갈려서 못 해 먹겠네.”

 

도형 선배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너 같은 더러운 새끼랑 노니까 걱정돼서 왔어. , 지금 이 상황을. 보이지? 너랑 엮이면 어떤 사달이 나는지. 네가 뭘 잘했다고 말해? 네 전 여친 간수나 잘해. 존나 성격 더러운 것 같으니까.”

? 이 씨······.”

 

여자가 울컥해 반호에게 다가가려 하자 도형이 팔을 뻗어 제지했다. 반호가 바닥에 떨어진 내 가방을 주워 자기 한쪽 어깨에 내게 메고 말했다.

 

나랑 가자. 유화야.”

“······?”

 

8: [솔직해지자]

 

가자는 반호의 말에, 나를 붙잡으려는 도형 선배의 애잔한 눈빛도 무시하고 나는 반호를 따라 나왔다. 아직 충격이 가시질 않아 반호와 큰길로 나올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호 역시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앞서서 터벅터벅 걷던 반호가 갑자기 홱 돌아 나를 봤다. 또 눈빛이 사나웠다.

 

논다는 게, 클럽이야?”

.”

너는 진짜······.”

 

반호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 와중에 그걸 따져?”

내가 박도형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했잖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의 말이라고 다 들어야 하나?

 

우연이었을 뿐이야. 도형 선배 전여친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박도형은 왜 널 여친이라 부른 거고?”

 

역시, 신경 쓰고 있는 거였다.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도형 선배의 여친이든, 누군가의 여친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또 짚고 넘어가는 건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장난삼아 한 거였어.”

장난?”

자꾸 꼬투리 잡지 마. 좀 넘어가 줘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그래.”

“······.”

 

반호가 담배빵이 난 내 신발을 쳐다봤다. 반호는 애써 화를 삭이려는지 입을 꾹 닫고는 길가에 나와 택시를 잡았다.

 

, 먼저.”

 

택시에 올라탄 반호는 택시 기사에게 학교 이름을 댔다.

 

지금 기숙사 못 들어갈 텐데?”

알아. 그래도 이 시간에 어딜 갈 건데?”

 

반호가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반호랑 내가 어디 모텔에 갈 것도 아니고. 원래라면 혼자 맥도날드에 가서 감자튀김이나 먹을 테지만, 거기에 반호 데리고 가기도 지금 상황에선 어색할 것 같았다.

 

그래, 기숙사 앞에서 시간 때우다 들어가지 뭐.”

“······ 술 많이 마셨어?”

 

몸을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반호가 갑자기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지? 나 술 냄새 많이 나나? 반호의 눈치를 살폈지만 술 냄새난다고 타박할 의도로 묻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많이 마셨는데, 좀 깼어.”

더 마실 수 있겠어?”

 

내 눈이 동그랗게 커지자, 반호가 말을 덧붙었다.

 

내가 술 자주 마시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술 좀 더 마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