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각자의 욕망대로]
“민소매만 입는 건 어때?”
클럽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있는데, 도형 선배가 사물함에 기대서서 말했다.
“아, 아무래도······ 그게 좋겠죠?”
나는 카디건을 벗어 사물함 안에 넣었다. 민소매에 반바지라, 잘 쳐줘도 휴양지룩이지만 적어도 단정한 학생 같아 보이진 않았다.
“응, 그게 더 예쁘네.”
사물함 문을 닫는 나를 보고 도형 선배가 웃었다.
클럽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크게 틀었는지, 온몸이 쿵쿵 울리는 느낌이었다.
“유화, 이리 와.”
도형 선배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며 내게 손짓했다. 손목에 스탬프를 찍고 들어간 클럽의 공기는 매캐했다. 담배 연기와 클럽에서 튼 연기가 섞여 공기가 탁했다. 음악에 따라 파란색, 빨간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엇?”
어떤 모르는 남자의 손이 드러난 내 어깨에 스쳤다.
“뭐야, 이 새끼는.”
도형 선배가 그 손을 탁 쳐내고 욕했다. 도형 선배가 인상을 쓰며 인파를 뚫고 내 손목을 잡았다.
“너, 나 잘 따라와야겠다. 안 그럼 미아 되겠네.”
도형 선배가 내 손목을 잡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춤추고 있는 곳에 이끌었다. 몸 선이 다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이 춤추고 있었다. 가슴이 훤히 보이는 게 민망해 나는 똑바로 보지 못했다. 미친 듯이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술기운이 확 올라와 더 몽롱해졌다.
도형 선배가 자연스럽게 내 허리에 손을 올렸다.
“왜 이래요?”
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도형 선배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하루만, 좀 부탁하자. 저기 내 전 여친 있는 것 같아서 그래.”
도형 선배가 춤추고 있는 여자들 사이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속삭였다. 전여친?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도형 선배의 얼굴이 무척 난처해 보여 나는 허리에 얹은 그의 손을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오, 도형이 오랜만?”
팔뚝에 문신이 있는 키가 큰 남자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인사했다.
“옆에는 누구야? 여친?”
“오늘만, 여친.”
내가 도형 선배를 째려보며 어깨를 탁 때리자, 도형 선배는 웃으며 말을 보탰다.
“농담이고, 친구.”
“친구? 아, 저기 네 전여친 있던데 괜찮겠냐? 쟤 성깔 장난 아니잖아.”
“그러니까, 오늘 재수 없네. 오랜만에 여기 왔는데. 괜찮아, 내가 쟤 때문에 여길 안 올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 쟤보다 도형이 네가 여기 단골이잖냐. 술 좀 줄게. 뭐로 줘?”
“제일 기본으로, 얘 것도 같이.”
“당연하지, 새끼야.”
남자가 웃으며 술을 만들고 있는 곳으로 갔다.
“저 사람은 누구야?”
“아, 여기 클럽에서 일하는 친한 형.”
그때, 도형 선배가 전여친이라고 말한 흰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멀리서 보는데도 싸한 느낌이라 나는 눈을 피했다. 도형 선배는 내 허리를 더 힘을 주어 잡았다. 다행히 남자가 타이밍 좋게 그 사이에 끼어들어 우리에게 술이 든 플라스틱 컵을 하나씩 건넸다.
“자자, 기깔나게 타왔으니까 한 잔씩 마셔.”
하지만 남자의 노력을 무시하듯 여자가 우리 앞에 선 남자의 몸을 밀치고 도형 선배의 앞에 섰다. 남자의 덩치가 꽤 큰데, 굉장한 힘이었다.
“도형 오빠, 이 여잔 누구야?”
여자는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으로 내 위아래를 훑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여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상당한 적대감에 절로 식은땀이 났다.
“네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도형 선배가 플라스틱 컵의 술을 한번 돌리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나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여자를 만나?”
“은수야. 너는 나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딴 남자랑 춤추고 있냐? 아까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놀던데, 왜 왔어? 가서 계속 놀아.”
“뭐?!”
잔뜩 화가 나 있는 여자와 달리 도형 선배는 전혀 타격감이 없었다. 나는 목이 타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야, 너, 도형 오빠가 얼마나 바람둥이인지는 알고 만나는 거야?”
은수라는 여자가 갑자기 타겟을 나로 바꾸어 쏘아 말했다.
“······상관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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