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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리뷰: 봉준호 감독이 그린 디스토피아는 어떨까?

by foreverything01 2025. 3. 27.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지구 멸망 이후 살아남은 인류가 하나의 열차 안에 갇힌 채 달리는 세계관 속에서, 감독은 날카로운 계급 비판과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녹여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설국열차’ 속 계급 구조를 중심으로, 각각의 칸이 상징하는 의미, 봉준호 감독이 드러낸 사회 메시지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하겠습니다.


꼬리칸: 억압받는 민중의 삶

설국열차의 맨 뒷칸, 일명 ‘꼬리칸’은 극심한 억압과 빈곤 속에 사는 하층민을 상징합니다. 이들은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 밀집해 있으며, 통제된 식량과 감시 시스템 아래 살아갑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공간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불평등 구조, 특히 자본주의 하에서 소외된 계층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꼬리칸의 사람들은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열차 내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머무릅니다. 그들은 앞칸으로 가는 것이 꿈이자 생존의 유일한 희망이지만, 강압적 질서에 의해 이를 철저히 차단당합니다. 이런 설정은 현대 사회 속에서 사회적 이동의 불가능성과 계급 고착화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장치입니다.

또한, 꼬리칸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단백질 블록’은 형식적인 생존만을 유지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식량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아는 순간의 충격은 곧 시스템에 대한 환멸로 이어지며, 이는 혁명의 시발점이 됩니다. 즉, 영화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와 현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중간 칸: 복종과 합리화의 계층

설국열차의 중간 칸은 상층과 하층 사이의 완충지대이자, 계급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간입니다. 이곳에 위치한 사람들은 비교적 나은 환경과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살아갑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열차 시스템 안의 중요한 부속’으로 인식하며, 체제에 대한 의문보다는 그 안에서의 안정을 선택합니다.

중간 칸은 영화 속에서 학교, 사우나, 미용실, 수족관 등의 공간으로 표현되며, 이는 물질적 풍요와 문화적 혜택이 일정 부분 보장된 계층을 상징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자신들의 위치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봉준호 감독은 “가짜 안정 속의 자기 기만”이라는 날카로운 풍자를 던집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어린이 교육 씬에서는 중간 칸의 가치관이 잘 드러납니다. 아이들은 ‘윌포드’라는 절대 권위를 맹신하며, 꼬리칸 사람들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게 교육받습니다. 이는 체제의 유지를 위해 세대 간 세뇌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사회 시스템이 인간을 어떻게 길들이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렇듯 중간 칸은 명확한 지배와 피지배 구조 사이에서 '선택된 착각'을 통해 시스템 유지에 기여하는 계층으로 묘사됩니다. 이들은 현실에 불만을 품지 않지만, 그 이유는 권력자가 정해놓은 규칙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칸과 엔진: 권력의 중심과 이데올로기

열차의 앞칸, 특히 엔진이 위치한 부분은 ‘설국열차’의 권력과 시스템의 중심입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고급 음식과 안락한 공간을 누리며, 인간 생존의 최상위층으로 묘사됩니다. 그 중심에는 ‘윌포드’라는 창조자이자 유지자로 설정된 인물이 존재합니다. 그는 열차 시스템의 신과도 같은 존재로, 생존과 질서 유지의 이름으로 절대 권위를 행사합니다.

윌포드는 혼란과 불안을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희생’과 ‘균형의 유지’를 말합니다. 이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의 전형적인 예로, 전체를 위한 일부의 희생이 정당화되는 구조입니다. 그는 주인공 커티스에게 다음 지도자가 되기를 제안하며, 혁명의 주체를 또 하나의 지배계층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 장면은 권력이 어떻게 혁명을 흡수하고 재편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봉준호 감독은 엔진 칸을 통해, 우리가 신뢰하고 있는 ‘질서’와 ‘안정’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지배자의 통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일 수 있음을 폭로합니다. 또한 열차라는 폐쇄된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계급 구조는 단순히 열차 이야기만이 아닌, 현실 세계의 축소판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결국 커티스는 윌포드의 제안을 거절하며 체제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한 선택이며, 생존보다는 정의를 우선시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설국열차’는 계급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성찰을 담은 사회 비판극입니다. 열차 속 칸마다 의미하는 계층과 그들의 역할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와 닮아 있으며, 영화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