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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리뷰: 봉준호 감독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첫 작품

by foreverything01 2025. 3. 23.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시작은 ‘살인의 추억’이다. 그의 대표작 ‘기생충’, ‘괴물’, ‘마더’에 빠졌다면, 이 영화를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봉준호라는 이름을 오늘의 자리까지 끌어올린 첫 상업 장편, 그 안엔 모든 게 담겨 있다. 장르를 비틀고, 인물의 심리를 뒤흔들고, 보는 사람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그 특유의 연출 — 이 영화에서부터 시작됐다.


봉준호 감

봉준호가 첫 등장부터 던진 질문: 진실은 정말 존재할까?

‘살인의 추억’은 2003년 개봉,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근데 이 영화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스릴러가 아니다.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 수사 방식도 제각각인 두 형사, 그리고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사건. 진실을 좇는 이야기 같지만, 보고 나면 ‘진실’이 뭐였는지조차 헷갈린다.

이건 그냥 살인사건이 아니라, 그 시대와 사람들의 초상이다. 봉준호는 딱 잘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잔잔하게 스며든다. 웃긴데 불편하고, 조용한데 섬뜩하다. 익숙한 장르인데, 전혀 예상이 안 된다. 이 묘한 조합은 이후 그의 모든 영화에서도 반복된다. ‘살인의 추억’은 그 출발점이자, 봉준호 스타일의 설계도 같은 작품이다.


캐릭터와 연기, 진짜 사람 같아서 더 무섭다

송강호가 연기한 지방 형사 박두만, 김상경이 맡은 서울 형사 서태윤. 이 두 사람의 온도 차가 영화의 긴장을 만든다. 박두만은 감에 의존하고, 때리면서 수사하고, 말도 안 되는 추리를 한다. 근데 이상하게 현실적이다. 서태윤은 논리적인데, 점점 무너진다. 이 둘의 시선이 얽히면서, 관객도 같이 흔들린다.

여기에 봉준호의 디테일한 연출이 더해진다. 비 오는 논밭, 칙칙한 경찰서, 퀭한 눈빛. 그리고 엔딩. 송강호가 마지막에 정면을 바라보는 그 장면은 아직도 수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대사도 없는데, 분위기로 숨이 막힌다. 요즘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여운’이 오래 남는다.


지금 보면 더 선명해진다, 왜 이 영화가 전설인지

당시엔 미제로 남았던 사건이 이제는 해결됐다. 범인의 얼굴도 밝혀졌고, 경찰 수사의 허점도 낱낱이 드러났다. 그걸 알고 다시 보면 이 영화는 다르게 느껴진다. "이게 진짜 실화였다고?"라는 감탄과 함께, 봉준호가 그려낸 현실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온다.

또 하나, ‘살인의 추억’은 흥행과 비평을 동시에 잡았다. 상업성, 작품성, 연출력, 배우의 힘. 모든 요소가 고르게 들어간 보기 드문 조합이다. 그 점에서 봉준호 감독 팬이라면, 이 영화를 건너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가 왜 ‘봉준호’인지 알려면, 이 영화부터 다시 봐야 한다.


 

‘살인의 추억’은 지금 봐도 놀랍도록 섬세하고, 무섭도록 현실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첫 상업 장편이자, 그의 스타일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 봉테일 팬이라면, 더 늦기 전에 꼭 다시 꺼내 봐야 한다. 이 영화가 바로, 모든 시작이었다.